
“여기서 끝내자”라는 한 문장이,
왜 이렇게 우리 마음을 무겁게 만들까요?
38년 동안 중증 장애가 있는 딸을 돌보다, 결국 딸의 생을 스스로 마무리하게 된 한 엄마의 이야기. 그리고 그 엄마가 한 말.
“버틸 힘이 없었다.”
이 사건은 그냥 “충격적인 사건”이 아니라,
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부모 요양, 가족 돌봄의 그림자와 깊이 연결돼 있어요.
오늘은 이 사건을 계기로,
우리 삶 속 간병·요양의 현실과
“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?”를 차분히 같이 생각해보려고 해요.

1. 38년간 이어진 간병, 그리고 “여기서 끝내자”라는 말
언론 보도에 따르면, 이 어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1급·지적장애 1급이었던 딸을 38년 동안 혼자 돌봐왔어요. 딸은 스스로 거동도, 의사소통도 거의 할 수 없는 상태였고요.
그러던 중, 딸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습니다.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온몸은 멍투성이가 되고, 말 대신 신음으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해요. 엄마는 그 모습을 몇 달 동안 지켜보다, 결국 극심한 우울증 진단까지 받게 됩니다.
그리고 어느 날, 엄마는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뒤, 본인도 수면제를 삼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합니다.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, 검찰도 “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”라며 항소를 포기했어요.
이 사건이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 선명합니다.
“한 사람이 평생을 다 바쳐 돌본다는 건,
어느 순간 ‘사람의 힘’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.”
2. 부모 요양도, 사실 같은 구조 안에 있습니다
이 사건을 보면서
“나중에 부모님 요양도… 이렇게 되는 건 아닐까?”
이런 불안이 스쳐 지나가셨을 수도 있어요.
사실, 부모 요양 현실은 이 사건과 구조가 아주 비슷합니다.
- 갑자기 찾아온 치매, 뇌졸중, 파킨슨병, 낙상 후 후유증 등
- 5년, 10년, 때로는 20년까지 이어지는 돌봄
- 주 보호자는 대부분 딸, 며느리, 혹은 한 자녀
- 가족 중 한 사람이 직장·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요양을 도맡는 경우도 많고요.
국가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있어
65세 이상이거나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,
등급(1~5등급)을 받으면 시설·재가급여(방문요양, 주야간보호 등)를 이용할 수 있어요.
서비스 비용 중 재가 15%, 시설 20% 정도는 본인부담, 나머지는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됩니다.
문제는, 이 제도가 있어도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거예요.
- 등급이 안 나와서 지원 대상에서 아예 탈락
- 등급을 받아도 방문요양 하루 3~4시간 정도에 그쳐
→ 나머지 시간은 여전히 가족이 책임 - 요양원·요양병원은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엄두가 안 나거나
- 형제·자매가 있어도
→ “네가 가까이 사니까 네가 해”
→ “나는 돈만 조금 낼게”
이런 식으로 한 사람에게 부담이 몰리는 경우도 많죠.
결국 구조는 이렇게 정리됩니다.
제도는 있지만, 돌봄의 무게는 여전히 가족 한 사람에게 쏠리기 쉽다.

3. 돌보는 사람 마음 속, 아무에게도 말 못하는 진짜 속마음
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이 아파요.
돌봄·요양을 하는 분들의 “진짜 속마음”은 사실 이런 말들일 거예요.
- “이 사람을 사랑하지만, 너무 지친다.”
- “내가 아프면 이 사람은 누가 보지?”
- “나도 좀 쉬고 싶은데, 쉬겠다고 말하는 것조차 죄책감이 든다.”
- “형제들은 나한테 맡기고, 그냥 ‘고생 많다’ 말 한 마디로 끝날 때…”
- “내 인생은 언제 다시 시작되지?”
이번 사건의 엄마도 결국 그 지점까지 밀려난 것 같아요.
“내가 죽으면 이 딸은 누가 돌보지?”라는 질문이,
극심한 우울과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 거죠.
그래서 저는 이 사건을 “극단적인 예외”로 보기보다,
“지금 이 순간, 조용히 버티고 있는 수많은 간병자·요양 가족들의 미래일 수도 있다”
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.

4. 그래서,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?
“너무 무겁다…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?”
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.
저도 정답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,
‘현실적으로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’을 몇 가지 정리해 볼게요.
4-1. 부모님의 건강 상태와 “요양 가능성”을 솔직하게 바라보기
듣기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말이지만,
현실적으로는 꼭 필요해요.
-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
- 고혈압·당뇨·심혈관질환·뇌혈관 병력이 있으신지
- 기억력 저하, 반복 질문, 길 잃음 등의 치매 전조 증상이 있는지
- 집 구조가
- 낙상 위험이 높은지 (욕실 미끄러운 바닥, 계단, 턱 등)
- “만약 요양이 필요해진다면”
- 집에서 돌볼지, 시설·주야간보호를 이용할 수 있을지
우리가 이 부분을 미리 상상해보고 대화를 시작해야,
막상 일이 닥쳤을 때 “완전히 무방비 상태”가 되는 걸 조금 막을 수 있어요.
4-2.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꼭 알아두기
많은 분들이 “등급 나오면 그때 알아보자”라고 생각하시지만,
실제로는 “언제, 어떻게 신청하는지”를 미리 알아두는 게 훨씬 중요해요.
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한 줄 정리하면:
65세 이상 또는 치매·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으로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,
1~5등급을 받아 방문요양·주야간보호·시설입소 등 서비스를 이용하면서
비용의 15~20% 정도만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입니다.
👉 포인트는
- “어떤 상태에서 등급이 나오는지”,
- “우리 부모님이 해당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”
를 미리 가볍게라도 체크해보는 것.
그리고 등급이 안 나올 경우를 대비해
- 방문 요양 서비스,
-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일상돌봄 서비스,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
등도 함께 알아두면 훨씬 마음이 편해져요.
4-3. “돈” 이야기를 미리, 하지만 부드럽게 꺼내보기
요양의 가장 큰 현실 문제는 결국 비용입니다.
- 요양병원·요양원 입소 시 월 150만~300만 원 이상
- 집에서 간병인을 쓸 경우 하루 10~15만 원 수준(지역·조건 따라 차이)
- 여기에 약값, 기저귀, 보조기기, 교통비까지 더해지면
→ 한 달에 수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.
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해요. 예를 들면:
- 부모님·본인의 실손의료보험, 긴병·수술 특약 점검
- 치매·간병 관련 보험이 있는지, 없다면 어떤 형태가 맞을지 검토
- 노후에 장기요양·간병자금을 따로 떼어 두는 연금·저축 구조 만들기
이건 “보험 판매”의 문제가 아니라,
내가 나중에 ‘혼자 다 짊어지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’라는 관점에서 보셔야 해요.
4-4. “가족 내 역할 분담”을 너무 늦기 전에 얘기해 보기
형제·자매가 있어도
돌봄이 시작되면 거의 항상 한 명에게 부담이 집중됩니다.
- “나는 돈을 조금 더 낼게, 대신 네가 케어해줘”
- “나는 멀리 살아서 힘들어, 네가 좀 더…”
이 대화가 돌봄이 이미 시작된 뒤에 올라오면,
그때부터는 갈등이 더 커지기만 해요.
그래서 가능하다면,
부모님이 아직 비교적 건강하실 때
- “나중에 혹시 엄마·아빠 건강이 많이 나빠지면,
우리 셋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까?” - “누가 주로 돌볼 수 있을 것 같고, 다른 가족은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(돈, 방문, 서류, 병원 동행 등)?”
이런 대화를 “싸움이 아니라, 연습”처럼 미리 해보면 좋아요.
4-5. “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계획”도 꼭 넣어두기
저는 이 부분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.
돌보는 사람이 무너지면, 돌봄도 같이 무너집니다.
그래서 요양·간병 계획에는
꼭 이런 것들이 들어가야 해요.
- 주 보호자가
- 한 달에 최소 몇 번은 온전히 쉬는 날 갖기
- 친구를 만나거나, 취미를 하거나, 그냥 혼자 멍하니 있을 시간 확보
- 다른 가족들이
- “왜 이렇게 힘들어해?”가 아니라
- “당신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 무너져”라는 마음으로
- 돌봄 분담 + 정서적 지지해 주기
- 필요하다면
- 상담센터,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, 치매안심센터 상담 등 외부 도움도 고려해 보기
이번 사건의 엄마도
누군가 조금만 더 일찍 “엄마의 마음”을 돌봐줬다면
결말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.
5.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
오늘 이야기는 솔직히 가볍지 않았어요.
저도 쓰면서 몇 번이나 숨을 고르게 되네요.
하지만,
이런 무거운 이야기일수록 “미리 생각하고, 미리 대비하는 사람”이
나중에 덜 상처받고, 덜 무너집니다.
-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부모님의 요양
- 혹은 예상보다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는 배우자·자녀·나 자신의 간병
이 모든 건
“운이 나쁘면 남의 일, 운이 조금만 달라지면 내 일”이 되기 쉬운 문제예요.
그래서 오늘만큼은,
뉴스를 그냥 넘기지 않고 “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”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해요.
👇 오늘, 이 정도만 해보면 어떨까요?
- 부모님 건강 상태와 가족력 한 번 떠올려 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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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그리고 무엇보다,
내가 나를 돌보는 일도 소중히 챙기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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